SK이노베이션 유상증자 어떻게 봐야 할까?

2023년 6월 23일 금요일 장 종료 후 17:21에 1조원이 넘는 규모의 초대형 유상증자를 발표했습니다. 제가 이전 SK이노베이션의 분석에서도 외부 자금조달 리스크가 있다고 꾸준히 말씀드렸고 현실로 나타났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이자 투자자로서 씁쓸한 마음이 큰데 최대한 객관적으로 SK이노베이션의 유상증자에 대해 분석해보도록 하겠습니다.

 

1. 유상증자란?

유상증자란 주식을 더 찍어내서 주주 또는 제 3자에게 돈을 받고 주식을 파는 행위를 말합니다. 유상증자는 보통 자금조달을 위한 방법으로 활용되는데 주식수가 늘어나기 때문에 주식의 가치는 희석될 수 밖에 없어 특별한 목적이나 호재가 없다면 주주가치를 훼손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이벤트입니다.

 

2. SK이노베이션의 유상증자

SK이노베이션은 총 1.18조 원의 유상증자를 발표했습니다. 자금조달의 목적을 보면 채무상환자금 타법인 증권 취득, 채무상환, 시설자금으로 나뉩니다. 쉽게 요약해보자면 주주들 돈 모아서 빚도 갚고 사업확장을 위해 타법인도 인수하고 시설투자도 하겠다는 겁니다. SK이노베이션이 주주들 돈을 털어서 무언가를 해야할만큼 어려운 상황일까요?

3. 유상증자가 아쉬운 이유

기업을 경영하다보면 자금조달이 필요할 때가 있죠. SK그룹은 물적분할 후 IPO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기로 굉장히 유명한 기업입니다. 제 분석 자주 보시는 분들은 SK그룹이 돈 안되는 사업부도 돈 되는 것처럼 꾸며서 기획상장하는 걸로는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최고라는 말씀을 드렸을 겁니다. 어떤 기업인지를 너무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주주분들은 또 마음이 불편할 수 있으니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아무튼 SK이노베이션이 1조가 넘는 자금을 굳이 주주들에게 손을 벌려야할 정도로 회사 사정이 어렵거나 다른 방도가 없었던 것이 아니었습니다. SK이노베이션이 보유한 자사주가 5.8%입니다 금액으로 환산한다면 약 1조 원으로 교환사채를 발행했다면 충분히 비슷한 규모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을겁니다. 그리고 무분별하게 독립시켜 상장한 자회사들까지 모두 합치면 현금보유량도 3조 원에 달해 내부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방안도 충분히 가능했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직원 평균 연봉이 1.5억으로 한국 최상위권에 랭크된 기업이 다른 방도가 충분히 있었음에도 주주들에게 손을 벌려서 빚을 갚고 투자를 한다는 건 정말 너무나도 실망스럽지 않을 수 밖에 없습니다. 이게 저만의 생각일까요? 아닙니다. 시장도 같은 생각이고 실망감을 드러내는데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금요일 장 종료 후 깜짝 유상증자 공시로 SK이노베이션의 시간외는 매도 물량이 쏟아지며 -7% 하락했습니다.

4. 근본이 중요한 이유

SK그룹은 자금 조달에 미친 기업입니다. SK그룹 내 모든 사업부를 분할상장해서 현금을 조달하고 교환사채, 유상증자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현금을 조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주주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는 주식회사의 근본은 무시되고 있고 본인들의 이익과 편의만 고려되고 있습니다.

 

오래전부터 카카오와 SK그룹에 대한 경고를 해왔습니다. 대한민국 기업들은 주주와의 이익 공유를 손실로 생각하는 아주 후진적인 기업마인드에 머물러 있지만 카카오와 SK그룹은 단연 독보적입니다.

 

페이스북은 주주들을 위해 장 종료 후 50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공시로 내서 시간외에서 주가가 20% 상승했고 주주들에게 큰 선물을 주었습니다. 미국 기업들에게 자사주 매입 후 소각은 우리에겐 없지만 그들에겐 너무나도 당연하고 익숙한 팁 문화와도 같습니다. 이런 기업에 투자하고 싶은 마음은 전 세계 투자자들 모두 동일할겁니다. 그러니 당연히 주가가 우상향 하는 것이겠죠.

 

일본 니케이 지수는 최근 왜 역사적 고점을 넘어섰을까요? 일본은 원래 베끼는 것을 잘합니다. 좋게 말하면 좋은 걸 잘 흡수한다는 거죠. 미국의 주주와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선진적인 기업 문화가 일본기업들에게 빠르게 이식되고 있음이 확인되고 있고 글로벌 투자자들이 일본의 변화를 반기며 돈 싸들고 투자하기 시작한겁니다. 대표적으로 워렌버핏은 미국 주식을 비중 축소하면서 까지 일본기업에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공시가 나오면 기대보다는 일단 두려움이 크실겁니다. 물적분할, 유상증자, 전환사채, 횡령, 배임 등 숨 쉴 틈도 없이 주주들의 이익을 훼손하는 공시가 나오는 증시가 우상향 한다면 그게 더 부자연스러운 겁니다. 카카오와 SK 그룹 처럼 지주사 전환을 통한 자산버블과 현금유입에만 미쳐있는 기업의 주가가 실적과 무관하게 꾸준히 상승한다면 그곳이 지옥이고 상식이 통하지 않는 증시겠죠.

 

마지막으로 끝까지 주주를 농락하고 우롱하는 SK이노베이션의 멘트로 마무리하겠습니다. 

 

“주주 여러분들께 신주인수권을 보장해 드리기 위해 주주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를 결정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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